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은 기계공학부 안성훈 교수팀이 단 하나의 마이크만으로 소리를 통해 사람의 위치를 인식하고, 소음이 가득한 공장에서도 사람과 로봇이 소리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청각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음원 위치 추정 기술, 음향 기반 통신 기술을 통해 ‘눈이 아닌, 귀로 공간을 보는’ 3차원 청각 센서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공학·로봇 분야의 국제 학술지 ‘Robotics and Computer-Integrated Manufacturing’에 지난 1월 27일 게재됐다.
연구 배경
산업 및 재난 구조 현장에서 ‘소리’는 중요한 단서다. 고온, 먼지, 연기, 어둠, 장애물 등으로 인해 시각 센서나 전자기 기반 통신이 완전히 무력화되는 상황에서도, 음파는 중요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음향 센싱 기술은 정확도가 낮거나 복잡한 장비 구성이 필요해 실질적인 산업 적용이 어렵다. 따라서 소리는 그 잠재력에 비해 아직까지 센싱 자원으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공장과 같은 고소음 환경에서는 보다 고도화된 음향 센싱 기술이 요구되는데, 사람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거나, 로봇이 작업자의 음성 지시를 인식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존의 통신 방식은 네트워크가 부재한 환경에서는 로봇 간 원활한 협업이 어려웠기에, 소리를 이용한 새로운 로봇 간 통신 기술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나선 연구진은 단 하나의 센서로 위치 인식이 가능한 메타구조 기반의 3차원 청각 센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센서는 두 가지 핵심 기술, 즉 소음 환경에서도 사람이나 물체의 3차원 위치를 추정할 수 있는 ‘3차원 음향 인지 기술’과 인간-로봇 및 로봇 간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을 구현한 ‘음파 기반 이중 통신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연구 과정 및 성과
먼저 안 교수팀은 박쥐나 돌고래가 소리만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서로 의사소통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주목했다. 특히 ‘특정 방향의 소리만을 선택적으로 듣는’ 청각 능력을 공학적으로 구현해 복잡한 소음 속에서도 원하는 소리만 골라낼 수 있도록, 메타구조 기반의 위상 상쇄(phase cancellation) 메커니즘을 설계했다. 이는 서로 다른 경로에서 도달하는 음파의 위상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특정 방향의 소리만 증폭하고 나머지는 소거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 메커니즘을 단일 마이크와 회전 기구에 결합해, 기존에는 다중 센서 시스템만 수행했던 3차원 음원 추적 기능을 단 하나의 센서에 구현했으며, 이 시스템을 ‘3DAR (3D Acoustic Ranging)’ 기술로 명명했다.
또한 연구진은 돌고래의 이중 주파수 의사소통 원리에 착안해, 가청·비가청 영역을 분리한 이중 음향 채널을 설계했다. 사람과 로봇은 가청 주파수(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소통하고, 로봇끼리는 비가청 주파수(인간이 못 듣는 소리)로 통신할 수 있는 ‘이중 소리 채널 구조’를 제시한 것이다. 이 구조는 간섭을 최소화하고, 로봇 간 독립적인 통신 경로를 제공하기 때문에 산업 현장에서 보다 복잡한 협업 시나리오를 실현할 수 있다.
이 두 기술은 통합돼 하나의 ‘메타구조 3차원 청각 센서 시스템’에 내장됐으며, 연구진은 이를 실제 로봇 플랫폼에 탑재시켜 공장 및 일상 환경에서의 현장 실증을 완료했다. 특히 이 시스템이 장착된 사족 보행 로봇은 사람과 소리로 상호작용하고, 가스 누수 위치를 소리로 탐지하는 데 성공했다.
기대 효과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기술은 향후 공장 내 작업자 위치 추적, 인간-로봇 간 음성 기반 협업, 그리고 재난 상황 시 로봇이 사람의 구조 요청을 인식하고 구조하는 작업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 센서는 기존 시스템과 대비해 저비용 및 소형화 구조를 갖췄기에, 산업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강점이 있다.
특히 셀 방식의 자율 제조 공장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작업자 위치를 실시간 파악해 로봇과의 충돌을 방지할 수 있고, 제스처나 버튼 없이 소리만으로 로봇과 소통이 가능한 환경이 작업자의 신체 자유도를 높여 효율적 협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로봇 간에도 별도의 네트워크 대신 소리를 통해 통신이 이뤄지므로, 기존의 복잡한 통신 인프라 없이도 다양한 로봇 작업이 유기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또한 이 기술은 24시간 무인화 공장의 모니터링에도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관 누수, 기계 이상음, 작업자 사고음 등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위치를 추정하면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단일 센서 기반의 저비용·소형 시스템 덕분에, 앞으로 무인화가 실현될 다른 산업 현장에도 쉽게 도입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추고 있다.
연구진 의견
연구를 이끈 안성훈 교수는 “벽이나 장애물에 막히는 전자기파에 의존하는 기존 통신 기술과는 달리, 좁은 틈만 있다면 벽도 통과해 들리는 소리를 이용한 시스템은 앞으로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이 될 것”이라고 청각 기술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기계공학부 안세민 박사과정생은 “기존에는 소리로 위치를 파악하려면 여러 개의 센서나 복잡한 계산이 필요했다”며 “회전하는 단일 마이크만으로도 음원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이번 3차원 센서의 개발은 음향 기반 센싱 기술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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